도서의 특징

 주제 연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진행하는 심화 글쓰기 과정 〈주제 연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주제 연구〉는 위기의 시대에 세계의 흐름을 읽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통찰력과 비판 정신을 키우는 글쓰기 수업이다. 〈주제 연구〉가 지향하는 글쓰기는 ‘학술에세이’로, 이는 대중매체 기고문이나 교양서적처럼 전공의 문제의식과 교양을 아우르면서도 글쓰기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글을 이른다.


[머리말]
후마니타스가 ‘스스로를 발명하고 더 나은 문명 건설에 기여하는 지구적 실천인’이라고 할 때, 글쓰기는 후마니타스가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다. ‘사유하는 인간’이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실천에 나서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사유와 실천을 매개하는 창조적 행위다. 글쓰기는 독자를 전제한다는 의미에서 타자와 적극 소통하는 행위다. 학술에세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전공이 무엇이든, 어떤 가치를 추구하든 우리는 학술에세이를 통해 시대와 문명과 만난다. 학술에세이는 나와 타자, 인간과 인간, 인류와 천지자연 사이에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도록 할 것이다. 학술적으로 사유하면서 시대와 호흡하는 글을 쓰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참모습이다. 학술에세이를 통해 ‘더 나은 나’를 추구하고, 동시에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자. 우리의 학술에세이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글쓰기 교과 교재편찬위원회 위원장)

[본문 속으로]
학술에세이는 왜 필요한가_‘지금 여기’의 문제의식을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인간과 세계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술에세이가 필요한 것이다. 학술에세이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위하여 필요하다. ‘첫째 합리적 의사소통과 공감대의 확장을 위하여, 둘째 존재의 증명과 인식의 성장을 위하여, 셋째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가 그것이다. 그리고 학술에세이는 타자의 관점을 수렴하고 자신의 관점과 비교하여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변증법적 사유로 확장된다._[16쪽]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다섯 가지 방법_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예민해져야 한다. 예민함이란 신경질적이고 병적인 증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에 대한 살아 있는 감각과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세상 모든 것을 새롭게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는 어린아이의 감각을 회복하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평범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세계를 감각하고 대상의 진면목을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잃어버린 감각을 복원해야 한다. 부당한 세계에 분노하라._[66쪽]

비판적 시선과 논리적 표현_논증의 성패는 결국, 추론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논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합리적ㆍ논리적ㆍ객관적ㆍ이성적 추론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학술에세이 쓰기의 전 과정에서 논증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부각되는 이유도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적 사고와 논리적 주장, 학문적 타당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학술에세이의 성패란, 논증의 성패이기 때문이다._[87쪽]

학술자료 활용하기_학술에세이를 쓰는 데 활용되는 자료는 크게 원자료인 일차 자료와 비평 자료인 이차 자료로 나뉜다. 여컨대 ‘영화 〈매트릭스〉에 담겨 있는 동양철학의 의미’라는 주제로 학술에세이를 쓴다고 해 보자. 이때 연구 대상은 영화 〈매트릭스〉와 동양철학이 된다. 이 두 가지가 일차 자료다. 이 두 자료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학술에세이의 목적이 된다. 영화 〈메트릭스〉를 다룬 글이나 〈매트릭스〉와 관련이 있는 ‘동양철학’을 다룬 논문이 이차 자료가 된다._[147쪽]

‘호모 파토스’를 재발견하다_그간 감정은 이성과 합리의 그늘에 가려져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았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생각이 엔진이라면 감정은 가솔린’이다. 감정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21세기적인 감정’은 ‘언어, 몸짓, 표정, 감각’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회 환경에서 ‘감지하는 것의 총체’로서, ‘내면과 외면, 사적과 공적, 개인과 사회,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적 시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수행적 개념으로 활용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감정’이란 말실수, 꿈, 신체적 통증 등을 통해 억압된 무의식을 드러낸다._[169쪽]

자본주의, 다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_자본주의의 영향력은 막대할 뿐 아니라 교묘하게 이중적이다. 피터 버거의 말처럼 “자본주의는 해방하는 동시에 억압한다.” 한편 자본주의는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며 행하는 것,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자본’으로 변환한다. 노동, 생산물(물건, 지식, 예술 작품 등), 자연물, 풍경, 시공간, 감각 등은 모두 자본이 되며, 자본의 명령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품이 된다. 이에 따라 막강한 자본화의 대열에 끼지 못한 존재는 누구든, 무엇이든 쓸모없는 ‘잉여’로 전락한다._[188쪽]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꾼다_인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공생인가, 공멸인가. 지속가능성을 우선한다면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지만 현재와 같은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미래는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 지난 세기 중반부터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을 멈춰야 한다는 경고가 계속됐지만 인류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생산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산업문명이 ‘풍요와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겨 왔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폐기’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_[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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